해운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는 이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5년은 친환경 해운 규제의 전환점이 되는 해로, IMO(국제해사기구)를 중심으로 탄소 집약도 감축 목표가 한층 더 강화되며, 환경 성능지수(EEDI, CII) 기준의 적용이 본격화된다. 또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의 해운업 확대 적용과 아시아권의 탈탄소 기술 투자 확대도 눈에 띄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해운사, 포워더 및 물류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본 글에서는 2025년을 기점으로 친환경 해운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대응 전략과 실제 사례를 통해 향후 해운물류 산업의 방향성을 분석한다.
2025년 친환경 해운 규제의 주요 변화 내용
2025년부터 적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국제 해운 규제는 IMO의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와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기준이다.
- EEXI는 기존 선박의 연료 효율성과 배출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운항 속도 제한, 엔진 출력 제어,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등을 요구한다.
- CII는 실제 운항 성과 기반으로 연간 탄소 집약도를 등급(A~E)으로 분류하며, D등급 이상이 3년 연속 나오거나 E등급이 1회라도 나오면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선박 운항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EU ETS(배출권 거래제)는 2024년부터 시범적으로 적용되다가 2025년에는 EU 항만 입출항 선박 전체에 대해 본격 확대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저탄소 연료로 선박을 전환해야 하는 실질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 외에도 LNG, 메탄올, 암모니아 기반의 친환경 연료 기준 강화, 선박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 규제 확대, 연안 저배출 구역(ECA)의 확대 지정 등도 2025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 기술의 변화가 아닌 해운업 전반의 운용 전략과 투자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의 대응 전략: 탈탄소화의 가속화
글로벌 선사들은 2025년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제적 투자와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머스크(Maersk)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운항 선박 25척 도입, 메탄올 추진 선박 투자, 그린 메탄올 확보 계약 등을 통해 연료 전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MSC, CMA CGM 등도 LNG, 바이오 연료 혼합, 선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등으로 선박의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 개선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2025년까지 모든 항로에서 탄소 집약도를 20% 감축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AI 기반 항로 최적화 시스템, 디지털 연료 사용 추적 플랫폼, 선박 간 에너지 공유 시스템 등을 적극 개발 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서, 친환경을 해운 경쟁력의 핵심 가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또한 글로벌 해운사들은 ESG 평가 지표 상향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녹색금융 조달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친환경 기술 투자가 자금 조달과도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국 해운 및 물류 기업들의 대응과 한계
한국 해운기업들도 2025년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HMM은 2024년부터 친환경 연료 대응 TF를 구성, 신규 건조 선박에 LNG 듀얼 연료 시스템 탑재, 기존 선박의 EEXI 기준 충족을 위한 엔진 개조 및 스크러버 추가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적 선사 최초로 AI 기반 운항 최적화 솔루션 ‘Hi-EMS’를 도입해 실시간 연료 소비량과 배출량을 분석하고 있다.
고려해운, 팬오션 등 중견 선사들도 노후 선박 대체 및 저황유 전환, 연료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를 통해 최소한의 기준은 맞추고 있지만, 기술 투자 여력, 연료 수급 인프라 부족, 국제 기준 정보 접근성 부족 등의 문제로 글로벌 선사에 비해 대응 속도는 느린 편이다.
또한 항만 운영 측면에서도 LNG 벙커링 시설, 그린 연료 저장 시설, 하역 설비의 에너지 효율화 등에서 정부와 항만공사 중심의 지원 체계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는 결국 민간 기업의 단독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중소 물류·포워더 기업들의 현실과 필요한 정책 지원
국내 해운물류 산업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물류기업, 포워더, 내항선사들은 친환경 규제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체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소형 선박 중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료 전환이나 스크러버 설치 등 설비 투자에 한계가 크다.
또한 복잡한 EEXI, CII 규제 내용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떨어지고, 친환경 인증이나 국제기준 보고서 작성 등의 역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대형 화주나 글로벌 포워더의 입찰에서 ESG 평가 항목에 밀려 수주 실패를 겪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해운물류 기업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규제 해설 교육, 맞춤형 ESG 대응 컨설팅, 저탄소 물류 인증 지원 제도, 탄소 감축 기술 시범 적용 사업 확대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탄소 배출 관리 플랫폼(K-ETS)과의 연계 지원도 필요하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도 환경 경쟁력의 사각지대에 머물지 않도록 포용적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전망과 해운물류 업계의 지속가능 전략
2025년은 해운물류 산업이 환경 규제 중심의 재편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향후 2030년에는 IMO의 온실가스 감축 중간 목표가 도래하고,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중립 해운 달성이라는 장기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운기업은 더 이상 규제 대응을 위한 소극적 기술 투자가 아닌, 환경을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이자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환경 선박을 운용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절감하고, ESG 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아 금융 이자율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운항 경로 최적화, 연료 소비 예측, 실시간 배출량 추적, 화물 단위별 탄소 계산 등의 체계를 구축하면, 고객에게 친환경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2025년 이후의 해운물류 산업은 기술, 정책, 자본, 브랜드 신뢰까지 모두 환경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시대이며, 이 흐름에 앞서 준비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친환경 해운 규제는 단순히 선박 기술이나 연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물류의 전략적 방향성과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글로벌 흐름이다.
기업들은 단기 대응을 넘어서, 에너지 효율, 디지털 기술, ESG 평가, 고객 신뢰 확보 등 전방위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규제 연계형 정책과 지원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2025년 이후의 해운물류는 더 이상 ‘가장 빠른 물류’가 아닌, ‘가장 지속 가능한 물류’가 선택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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