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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산업의 친환경 전환: LNG·암모니아·수소 선박 기술의 미래 비교

junbbang 2025. 7. 6. 23:58

 지구의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이론적인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증가와 같은 문제들이 글로벌 사회에 경고를 주며, 각 산업계에 탄소중립을 압박하고 있다. 해운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며, 국제적인 운송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임과 동시에 환경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넷제로(net-zero)’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해운업계는 기존 벙커C유 중심의 연료 체계를 과감하게 전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시대의 요구는 분명하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체 연료의 도입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연료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NH₃), 수소(H₂)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연료가 해운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본문에서는 이들 연료의 기술적 특징, 환경성, 경제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해운 산업의 친환경, LNG선박

 

 LNG 선박과 해운 산업 – 이미 상용화된 대안, 그러나 ‘과도기’적 연료일 뿐인가?

액화천연가스(LNG)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체 연료이다. 기존의 벙커C유나 디젤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배출은 거의 100% 가까이 줄어들고, 질소산화물(NOx)도 대폭 감소한다. 또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도 약 20~25%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환경 규제 대응에는 비교적 효과적인 연료로 평가된다. LNG 추진 선박은 2024년 기준으로 약 400척 이상이 운항 중이며, 세계적인 해운사인 CMA CGM, MOL, NYK, HYUNDAI GLOVIS 등도 LNG 선박을 대거 발주하고 있다. 이처럼 LNG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상용화된 친환경 연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LNG는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메탄 슬립(Methane Slip) 현상이다. 이는 LNG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일부 메탄(CH₄)이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그대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4~86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평가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두 번째는 저장과 운송의 복잡성이다. LNG는 영하 약 162℃ 이하에서 액화 상태로 유지되므로, 이를 저장하기 위한 탱크 시스템과 배관 설비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유지 비용도 높다. 마지막으로, LNG는 화석연료 기반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아무리 배출량이 줄었다 하더라도, 결국 탄소 기반 연료라는 점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암모니아 선박이 가져올 해운 산업의 탄소 제로 도전과 기술 장벽

암모니아는 최근 해운업계에서 ‘탄소 제로(net zero)’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연료로 떠오르고 있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이기 때문에, IMO의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에 가장 부합하는 에너지원 중 하나다. 특히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를 결합한 화합물이기 때문에, 수소경제 인프라와 연계해서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확장성도 높다. 또한 암모니아는 기존의 선박 연료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아, 상대적으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암모니아 연료의 상용화에는 여러 기술적, 환경적 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독성이다. 암모니아는 인체에 매우 유해하며, 유출 시 대규모 환경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상에서는 누출 사고가 구조적으로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안전 장비와 구체적인 매뉴얼 구축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문제는 연소 효율과 배출가스다. 암모니아는 다른 연료에 비해 연소 효율이 낮으며, 연소 시 질소산화물(NOx)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저감하기 위한 기술(예: Scrubber, 탈질장치)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엔진 개발이다. 암모니아 전용 엔진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MAN Energy Solutions, 현대중공업 등 몇몇 기업이 개발 중에 있다. 실제  투입까지는 최소 3~5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선박과 해운 산업의 미래 – 이상적인 탄소제로 연료, 그러나 저장이 걸림돌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에너지원이다.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를 전기로 전환해 선박을 구동할 경우, 배출되는 것은 물(H₂O)뿐이다. 탄소 배출은 0이며, 소음과 진동도 적어 승객을 태우는 크루즈선, 연구선, 여객선 등에 적합하다. 실제로 일본, 노르웨이, 독일 등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기반의 선박이 시범 운항 중이며, 선박용 수소 충전소도 일부 항만에서 구축되고 있다.

그러나 수소의 현실적인 문제는 매우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장 및 운송의 어려움이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고,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영하 253℃까지 냉각해야 한다. 이는 LNG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고압 저장 방식 역시 폭발 위험성이 존재하며, 선박 설계 시 공간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는 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석유 정제 과정이나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로, 친환경성과는 거리가 있다. 탄소중립에 진정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기반의 그린 수소 생산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로 하며, 아직 세계적으로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해운의 미래는 단일 연료가 아닌 ‘혼합 전략’에 달려 있다

LNG, 암모니아, 수소는 모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는 연료다. LNG는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 대안’이며,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이 없는 ‘잠재적 해답’이다. 수소는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연료지만, 기술적 장벽이 가장 높다. 결국 해운업계는 한 가지 연료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선박의 용도, 항로, 환경 규제 강도에 따라 복합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혼합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연료 전환만으로는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어렵다. 선박 설계의 효율성 개선, 저속 운항, 디지털 항로 최적화 기술, 탄소 포집 기술 등 다양한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지속가능한 탄소 중립 해운이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 지원, 국제 협약의 협력, 민간 기술 개발까지 복합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원 선택은 해운업계 전체의 ‘생존 전략’이며, 미래 세대에 물려줄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이다.